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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제거하려던 수장에 떠오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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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자 2024. 5. 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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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1/3 전과자

 

가끔 아니 자주 김수영의 시 중에서 "왜 작고 사소한 것에만 분노하는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부분이 떠오를 때가 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피난 갈 곳이라고는 바다뿐인 나라의 수장이 해상지도를 적장에게 쥐어 주었다고 해도, 육지 마저도 위로는 북한과 중국이라서 슬픈, 그 애기봉 부터 시작해서 적들이 편히 내려오(시)라고 길 닦는 것에도 아무 말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싶은 것들인 국회의원 떼들에 화병날 듯하다.

 

그런데 또 '기회는 찬스다'듯 개대통령이든 별님이든 간에 바이로리듬과 인성이 무너지는 날의 엉킴으로 이루어진 개인의 사건에 대해서는 그 사건의 본질만이 아닌 그들의 모든 것들에 개미 떼, 모기 떼, 파리 떼, 벌 떼 같이들 달라붙어 쏘아 데면서 숨을 못 쉬게 만든다. 그래서 국회의원과 이원석과 같은 법 관련된 직업인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중한지를 말이다.

 

하긴 코앞의 총선을 이겨서 검수완박 지키고 1/3이 전과자인 국회의원들 쏙아 내면서 나라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보다, '국민 눈높이와 상식'을 거론한 한동훈을 제거하기 위해서 홍이나오유 신조 연대설까지 흘러 다니게 하는 수장의 나라라는 것에서 할 말을 잃는다. 

 

그래서 이제부터 화났던 일들을 정리하려는 은자려던 밥사-드림.

 

나는 왜 작고 사소한 것에만 분노하는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장서로 가로 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씩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김수영(1921-1968),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1965>